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여행 느린 걸음으로 만나는 힐링의 도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여행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여행 느린 걸음으로 만나는 힐링의 도시

 

도시를 걷다 보면 그 도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그레브는 그런 곳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이 작은 도시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속삭이며 여행자를 끌어당깁니다. 길게 이어진 트램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평온함 속에서 자그레브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 발걸음을 내디딘 곳은 플라타너스 공원이었습니다. 즈린예바츠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200여 그루의 플라타너스 나무로 둘러싸인 가로수길이 인상적입니다. 도심 속에 이렇게 평화로운 공간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죠. 햇살이 나무 사이로 내려앉고, 바람이 나뭇잎을 살랑거리게 할 때면, 복잡했던 마음도 자연스레 차분해집니다. 이곳을 걸으며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그저 내면의 평화를 찾아가는 순간이, 바로 자그레브가 주는 첫 번째 선물이었습니다.

 

플라타너스 공원을 뒤로하고 옐라치치 광장에 도착했을 때, 이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1848년, 오스트리아로부터의 승리를 기념하는 반 옐라치치의 동상이 서 있는 이곳은 자그레브의 중심이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광장에서 마주한 현지인들의 일상 속으로 잠시 스며들어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 도시는 빠르게 돌아가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그레브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길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 같았습니다. 19세기 네오고딕 양식으로 재건된 이 성당은 그 크기만큼이나 웅장한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장식과 스테인드글라스의 빛깔이 그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크로아티아의 문화와 역사를 한 몸에 느낄 수 있었죠.

 

도시의 역사적 의미가 가장 깊은 곳 중 하나는 돌의 문입니다. 1731년의 화재 속에서도 무사히 남아있는 성모상은 자그레브 사람들에게 신앙의 상징이자, 이 도시의 영혼을 담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 앞에서 초를 켜고 잠시 기도하며, 나도 이 도시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느낀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진실되었습니다.

 

여정의 마지막은 자그레브이별박물관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겪은 다양한 이별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흥미로운 장소라고 생각했지만, 전시된 사연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마음 깊숙이 울림이 전해졌습니다. 사랑과 상실, 그 모든 감정들이 이 도시와 닮아 있었습니다. 자그레브는 크지 않은 도시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참으로 크고 깊었습니다.

 

자그레브는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지만, 그 속에 흐르는 잔잔한 아름다움이 여행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느린 걸음으로 이 도시를 걸으며, 나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써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자그레브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지 않았고, 그래서 더 특별했습니다. 이 도시가 여러분에게도 그런 의미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자그레브에서 걸으며 찾은 힐링, 여러분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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