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레브는 처음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마음을 사로잡는 도시입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이자, 역사의 흔적이 살아 숨 쉬는 이곳은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평온함이 느껴집니다. 도시의 소음마저도 이곳에서는 잔잔한 배경음악처럼 들리는 듯했죠.
아침 일찍 자그레브 중앙역에 도착해, 토미슬라브 동상 앞에서 시내투어가 시작되었습니다. 여행의 출발점이자, 자그레브의 심장부인 이곳은 여러 번 스쳐 지나가면서도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는 공간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식물원의 푸르름이 도심의 회색빛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이 도시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품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즈린예바츠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은 마치 자연이 내게 건네는 인사 같았습니다.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만들어낸 그늘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일상의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었죠. 공원에서 잠시 머물며 자그레브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이 도시가 품은 여유로움이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옐라치치 광장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는 자그레브의 역사를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역사가 얽힌 이 광장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그레브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였죠.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크로아티아의 과거와 현재가 한데 어우러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성당 앞에 섰을 때, 그 웅장함에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고, 시간을 보내왔을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성당을 뒤로하고, 돌라츠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활기찬 시장의 풍경은 마치 자그레브 시민들의 일상을 엿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신선한 농산물과 향긋한 트러플 오일이 가득한 이곳에서 잠시 멈춰, 크로아티아의 맛을 입안 가득 느껴보았습니다.
돌의 문을 지나며 듣게 된 넥타이의 기원 이야기는 자그레브 여행에서 또 하나의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이 작은 도시가 전 세계에 남긴 흔적이 얼마나 깊은지 깨닫는 순간이었죠. 그리고 마르코 성당으로 향하는 길에서, 세계에서 가장 짧은 푸니쿨라에 올라타며 자그레브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보았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그레브 맛집 탐방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현지의 식당에서 먹은 칼라마리 튀김과 그릴에 구운 립, 시원한 맥주 한 잔은 그날의 여정을 완벽하게 마무리해 주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진짜 맛을 입안 가득 느끼며, 이 도시가 내게 남긴 여운을 천천히 되새겨보았습니다.
자그레브는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매 순간이 이야기가 되고, 발걸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 도시에서의 하루는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처럼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다음 여행지에서도 이런 특별한 만남이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