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이름만으로도 낯선 이곳을 나는 왜 가고 싶었을까? 아마도 푸른 바다와 중세 성벽이 그려진 엽서를 보며 ‘여긴 꼭 가야 해!’라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짐을 싸고, 5박 7일의 일정을 꾸려 크로아티아로 떠나게 됐다.
첫 번째 날: 자그레브, 낯설지만 따뜻한 시작
비행기를 타고 18시간이 걸려 도착한 자그레브는 내게 ‘낯섦’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낯섦 속에서 반젤라치크광장의 사람들, 돌라츠 노천시장의 현지인들을 보니 이곳은 분명 또 다른 나의 일상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느긋했고, 노천시장에서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넘쳐났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이제야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길을 걷다 마주친 성마르코 성당은 고요함 속에 서 있었고, 자그레브의 첫 인상은 한마디로 ‘따뜻한 낯섦’이었다.
둘째 날: 플리트비체, 자연과 마주하다
다음 날은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어릴 때 봤던 동화책 속에서나 나올 법한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16개의 호수와 그 호수를 연결하는 폭포들. 물소리는 차분하게 흐르고, 그 소리에 내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이곳에 요정이 산다는 소문이 있을 법도 하네.’ 자연 속을 걷는 동안 나 역시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문득, 늘 바쁘게만 살아왔던 내 자신을 내려놓고, 한 걸음씩 자연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날: 스플리트, 고대와 현대가 만나는 곳
스플리트에 도착했을 때, 바닷바람이 나를 반겨주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이름만 들어도 웅장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고대 로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신기했던 건, 그 고대의 유적지 속에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대와 고대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이 도시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기분을 들게 했다. 역사적 유적을 배경으로 해변가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그게 스플리트였다.
넷째, 다섯째 날: 두브로브니크, 중세의 시간 속으로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두브로브니크였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중세 성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마치 끝없이 펼쳐진 푸른 유리 같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그 물결을 보고 있자니, 문득 “내가 지금 드라마 속 한 장면 속에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지를 거닐며 골목 곳곳을 탐험하는 것도 큰 재미였다. 낡은 건물들은 그 자체로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고, 오노프리오 분수 앞에서 잠시 쉬어가는 순간조차 특별했다. 어느 카페에 들어가 현지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나는 이 여행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여섯째 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여행이 끝나갈 때쯤, 나는 두브로브니크에서 자그레브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문득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나?’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여행은 일상에서의 일탈이었고, 그 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들은 단순히 사진 속 추억이 아니라, 내가 다시 마주할 일상을 더 풍요롭게 만들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마지막: 여행은 결국 나를 돌아보는 시간
크로아티아에서의 5박 7일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를 돌아보는 시간,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항상 설레고 기대가 가득하지만, 돌아올 때는 그보다 더 큰 깨달음과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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