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브로브니크 골목길에서 마주한 시간의 흔적들

두브로브니크 여행

두브로브니크 골목길에서 마주한 시간의 흔적들

 

크로아티아 남쪽 끝자락, 아드리아 해와 맞닿은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했을 때, 나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붉은 지붕들이 어우러진 이 도시는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는 별명답게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도시가 가진 진정한 매력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풍경만이 아니었다. 그 안에 숨겨진 수백 년의 역사, 오래된 골목길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들이야말로 두브로브니크를 특별하게 만든다.

 

성벽 투어는 여행의 첫 시작이었다. 13세기부터 도시를 지켜온 성벽 위에 올라서니, 빨간 지붕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펼쳐졌다. 성벽을 따라 걸으며, 나는 문득 이 도시가 전쟁 속에서도 견뎌온 세월을 떠올리게 되었다. 전쟁 후 붉게 다시 덮인 지붕들은 그 자체로 회복과 재생의 상징이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스쳤고, 이곳이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두브로브니크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골목마다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고, 그 속에서 나 자신마저도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성벽을 따라 한 시간쯤 걸었을까, 나는 올드타운의 좁은 길로 접어들었다. 차 한 대 지나가기 힘들어 보이는 이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저절로 중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 돌로 된 길을 따라 걷는 발걸음이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두브로브니크의 역사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복잡했다.

 

투어 중 만난 가이드는 두브로브니크가 중세에 얼마나 중요한 해양 공화국이었는지, 그리고 이곳이 어떻게 오스만 제국과 베네치아 공화국 사이에서 독립을 지킬 수 있었는지 이야기해주었다. 각종 유적지와 골목길을 설명해주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책 속에서 나오는 듯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 도시에 머무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을지 기대가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BUZA 바에 도착했다. ‘구멍’이라는 뜻을 가진 이 바는 성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바다로 이어지는 통로처럼 느껴졌다. 테이블에 앉아 레몬 맥주를 한 모금 마셨을 때,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아드리아 해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에서 나는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두브로브니크의 현재와 과거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바라본 바다는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부자 바에서의 이 순간이 얼마나 완벽한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바다에 몸을 던질 수 있는 기회는 다음을 기약했지만, 그때 나는 이미 두브로브니크에 다시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 도시는 나를 마치 친구처럼 맞이해주었고, 그 따뜻한 환영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에 남을 것이었다.

 

이 여행에서 내가 얻은 것은 단지 멋진 풍경과 인생샷이 아니었다. 두브로브니크는 그곳을 걷는 이에게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역사를 느끼게 하며, 한 발자국 더 깊이 들어가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도시를 ‘지상낙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그저 새로운 곳을 보고, 즐기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들이 우리를 조금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두브로브니크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그러한 순간이었다. 이제 이 도시는 나의 기억 속에, 나의 이야기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언젠가 여러분도 두브로브니크의 골목길을 걷게 된다면, 그곳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느껴보세요. 이 도시는 당신에게도 잊지 못할 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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