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나를 맞이하는 것은 청동 솔방울이 우뚝 서 있는 ‘솔방울의 정원’이다. 옛날 이곳은 교황님의 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고 한다. 청동 솔방울은 여전히 그 위용을 자랑하며, 고대 로마의 예술과 역사를 이야기해준다. 아침 햇살이 비치는 정원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오늘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 옆에는 ‘토르소상’이 자리하고 있다. 머리, 팔, 다리가 없는 이 조각상이 왜 이렇게 빛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현대 조각가들에게 큰 영감을 준 이 작품은 불완전함 속에서 완전함을 느끼게 한다. 고대 조각가의 손길이 닿은 이 토르소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그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지도의 방’에 도착하게 된다. 160m 길이로 이어진 이탈리아 전도는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이 그린 것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이 지도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방을 걸으며 고대 탐험가들의 모험심과 호기심을 나도 조금은 느껴본다.
그리고 드디어 ‘라파엘로의 방’에 도착했다. 이곳은 교황님의 직무실로 사용되던 곳으로, ‘아테네 학당’이 가장 유명하다. 라파엘로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철학과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진 걸작이다. 이 방에 서서 나는 라파엘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바티칸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시스티나 소성당’이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펼쳐져 있다. 벽을 돌아보니 ‘최후의 심판’이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 두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인생 최고의 걸작이자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그 웅장함과 섬세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발길을 향한 곳은 ‘베드로 성당’이다. 이 성당은 로마 카톨릭의 본당이자, 베드로 성인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성당 내부를 둘러보며 나는 신앙과 예술이 만나는 이 특별한 공간에서 깊은 감동을 느낀다. 웅장한 돔 천장과 정교한 조각들은 인간의 상상력과 신앙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늘 바티칸 박물관에서 보낸 하루는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예술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 나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만났다. 바티칸 박물관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예술의 성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