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근교 센텐드레 여행

센텐드레 여행

부다페스트 근교 센텐드레 여행

 

다뉴브 강이 흐르는 마을, 센텐드레에서의 하루

부다페스트에서의 며칠은 마치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화려한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나에게,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부다페스트에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작은 마을, 센텐드레였다.

 

센텐드레로 향하는 길은 기대 이상으로 평화로웠다. 도나우 강을 따라 달리는 트램에서 바라본 풍경은 점점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어느새 도착한 센텐드레의 첫인상은 “이곳이 정말 30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한 고요함이 흘렀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긴 것은 넓게 펼쳐진 다뉴브 강이었다. 강변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걷다 보니, 강물 위에 떠 있는 작은 섬과 그 너머로 이어진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풍경은 나를 여행자에서 마을 사람으로, 잠시나마 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센텐드레의 골목길은 그야말로 중세의 정취가 살아있는 곳이었다. 돌길을 따라 걷는 내내, 마치 몇 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오래된 건물들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특히 마르치판 예술 뮤지엄에 들렀을 때, 아몬드와 설탕으로 만들어진 작은 조각품들이 전하는 달콤한 향기와 섬세함은 내가 지금 마법 같은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마을 중심부에 자리한 세르비아 정교 십자가 탑은 센텐드레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과거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피해 이주해 온 세르비아인들이 남긴 흔적들이 이 작은 마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십자가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마을은 단순히 예쁜 관광지가 아닌,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곳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센텐드레의 골목에 자리한 작은 식당에서 헝가리 전통 음식을 맛봤다. 여기에 헝가리의 보물이라 불리는 토카이 와인 한 잔을 곁들이니, 그 풍미는 여행의 피로를 단번에 날려버릴 만큼 깊고 진했다. 음식과 와인을 맛보는 순간, 이 마을의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오후에는 마을 언덕에 올라 센텐드레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붉은 지붕들 사이로 펼쳐진 다뉴브 강이 반짝이며 흐르고, 마을 곳곳에 자리한 교회와 탑들이 마치 옛 이야기를 속삭이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 주었다. 때로는 화려한 여행지보다는 이렇게 작고 소박한 곳에서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돌아가는 길, 나는 센텐드레에서의 하루를 곱씹으며 마음 속에 작은 결심을 했다. 다음에 다시 부다페스트를 찾는다면, 또 한 번 이 마을에 들러 그 고요한 아름다움을 다시 느껴보리라. 어쩌면 그때도 지금처럼 마르치판의 달콤함을 느끼고, 다뉴브 강변을 따라 걸으며 시간을 잊은 채 하루를 보낼지도 모르겠다.

 

센텐드레, 그곳은 잠시 멈춰 서서 인생의 작은 여유를 찾아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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