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하루는 마치 역사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발을 내디딘 이 도시는 단순한 북유럽의 수도가 아니라, 수백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인문학적인 보물창고였다.
내 여행은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콘서트홀에서 시작됐다. 그곳에서 발길을 떼며 ‘과연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위대한 인물들이 기념되었을까?’라는 생각에 잠겼다. 매년 세계 최고의 학자와 평화주의자들이 상을 받는 이곳은, 스웨덴이 자랑하는 지식과 혁신의 상징과도 같았다.
다음 목적지는 신시가지를 지나 만난 세르겔 광장이었다. 한창 바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며, 이 도시가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 틈에 섞여 걷는 이 짧은 시간이 나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영감의 시간이 되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스톡홀름의 세련된 모습과 풍부한 문화적 자산이 흘러넘쳤다.
하지만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드로트닝가탄, 스톡홀름의 명동 거리였다. 이곳은 보행자들로 붐비고,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길거리에 울려 퍼지는 여름철에는 특히 이곳이 더 활기차다. 왕비의 거리를 뜻하는 드로트닝가탄을 지나며, 마치 왕족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잠시나마 나만의 왕국을 상상할 수 있었다.
길을 걷다 보면, 작은 섬 위에 자리 잡은 국회의사당이 나타난다. 섬에 세워진 이 정치적 중심지에서 스웨덴의 정치적 철학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상상해 보았다. 그리고 그 앞에 우뚝 서 있는 스웨덴 왕궁을 보며, 이곳이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살아 있는 왕실의 중심이라는 사실이 새삼 다르게 다가왔다. 이곳에서 스웨덴의 왕족은 여전히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며, 군주제와 민주주의가 공존하는 나라의 복합적인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대성당과 올드타운 대광장은 중세 시대로의 시간 여행을 선물해주었다. 이 오래된 광장에서 마주한 고풍스러운 집들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역사의 증거였다. 광장 한가운데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스웨덴의 문학과 철학이 이곳에서 어떻게 싹트고 자랐는지 느낄 수 있었다. 고요한 대성당 안에 들어가면 정교한 조각들이 나를 감싸며, 한층 더 깊이 있는 사색의 시간을 선사해준다.
여정의 마지막은 노벨 박물관. 비록 실내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박물관 외관을 바라보며 수많은 인물들의 발자취를 떠올렸다. 이곳은 학문과 평화, 혁신을 기리는 장소로, 스웨덴이 세계에 끼친 지적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스톡홀름 인문학 투어는 나에게 단순한 관광 이상의 경험이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도시에서 철학과 문학, 역사를 느끼며 걸어가는 시간은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조금 더 넓게 이해하게 해주었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스웨덴의 문화와 철학이 묻어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스웨덴이 단지 복지국가로 유명한 게 아니라, 그 안에 흐르는 인문학적 가치가 사람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톡홀름의 길을 걷다 보면, 스웨덴이 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도시인지, 그 이유를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톡홀름의 인문학적 여정을 통해 나는 스웨덴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여러분도 이 도시를 방문하게 된다면, 그 길을 함께 걸으며 스웨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스톡홀름의 거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책과도 같으니까요.